가깝고도 먼 사이, 대학 후배 샘물로부터 던져진 폭탄선언.
태건은 둔탁한 모서리에 부딪힌 것처럼 뒤통수가 얼얼했다.
“술 처마셨어?”
“아니.”
“네가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고 있는지 파악은 해?”
“버려야 하는데 버릴 곳이 마땅치 않네.”
숨 쉴 틈을 찾을 수 없는 것, 절망은 그런 것이다.
절망 어린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를 버리는 것뿐.
12년을 알아 왔지만 가깝게 지낸 적 없는 태건을 찾아간 건 그런 이유였다.
“왜 하필 나야?”
“박태건은 나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전에도 지금도 샘물에게 마음이 있지만 한 번도 드러낸 적 없었다.
앞으로도 그러려고 했는데, 그녀의 말에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그러지, 뭐. 내가 줍는 걸로 하자, 오늘 이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