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
“……조금. 왜?”
피곤하냐고 먼저 물어볼 서태범이 아닌데 오늘따라 유독 관심을 많다. 의아해하는 지안에게 태범이 말했다.
“같이 자야지.”
“…….”
“왜, 오늘도 도망가려고?”
오늘따라 지안은 초식계 동물 같았다. 이를테면 겁이 많은 토끼 같은. 지안의 앞에서 사나운 포식자가 된 태범은 대답을 기다렸다.
몸뿐인 관계가 싫은 것은 지안의 개인적인 감정일 뿐 태범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니었다.
“도망 안 가.”
태범의 눈을 쳐다보는 지안의 목소리가 떨렸다.
“도망가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오늘은 그럴 필요 없겠네.”
태범이 픽, 웃었다. 그 웃음이 아주 미세해서 무표정한 얼굴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준비되면 내 방으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