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대감(男色大鑑)》(8권 10책)은 1687년 1월에 간행된 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의 우키요조시[浮世草子, 덧없고 살기 힘든 이 세상, 세속적이고 향락적인 인간 세상 등을 의미하는 ‘우키요(浮世)’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과 세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품]다. 각 권 5화씩, 총 8권 40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권부터 제4권까지의 전반부 20화는 주로 무가(武家) 사회의 남색(男色)을 다루었고, 제5권부터 제8권까지의 후반부 20화는 주로 가부키 연극계의 남색을 다루었다. 사이카쿠의 이전 작품들이 주로 남자와 여자 사이의 호색(好色)을 다루었다고 한다면, 이 작품은 남자와 남자 사이의 남색을 다루었으며, 호색 이야기에서 남색 이야기로 작가의 관심과 작품 주제의 확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와카슈(남색 관계에서 동생 역할을 하는 10대의 미소년)는 때로는 《삼강행실도》에 등장하는 조선 시대의 열녀 못지않은 기개와 정조를 보이기도 하며, 그들이 보여 주는 사랑과 의리, 그리고 인정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정절이 남녀 사이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상식에 정면으로 물음표를 던진다.
총 8권 40화 중 이번 무사편에는 제1권부터 제4권까지의 전반부 20화를 담았다. 이야기마다 원전의 삽화를 실어 당대의 문화를 시각적으로 살필 수 있다. 부록인 대표 역자 문명재의 논문 <일본 고전으로 본 남색과 지고>는 일본 고전문학을 중심으로 하여, 남색의 역사와 문화를 통시적으로 고찰했다.
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
일본 근세 시대 오사카에서 활약한 문인이다. 1642년경, 현 와카야마현 나카쓰 마을(中津村)에서 태어나 15세에 하이카이(俳諧)의 세계에 뛰어든다.
그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웃음의 요소를 구(句)로 표현하는 단린파(談林派)를 대표하는 하이카이시(俳諧師)로 높이 평가받는다. 사이카쿠는 한정된 시간에 누가 더 많은 홋쿠(発句, 하이카이의 5·7·5 17문자)를 짓는지를 경쟁하는 야카즈 하이카이(矢数俳諧)를 창시하기도 했다. 1682년경부터는 무가(武家)와 서민의 생활 실태를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묘사한 우키요조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며 작가로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1693년 9월 9일에 생을 마감했다. 유골은 오사카부 오사카시 주오구(中央区)에 위치한 세이간사(誓願寺)에 안치되어 있다.
일본고전명저독회
일본 고전 문학과 명저의 윤독을 통해 일본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다. 구성원은 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 또는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동문의 교강사 대학원생이며,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본에 대한 근원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를 지속해 그 결과를 연구자 및 일반 대중과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