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나, 다시는 아이를 낳을 수 없어.” 고막 속에 저장되어 버린 찬희의 말이 고장 난 레코드처럼 자꾸만 반복 재생되었다. 뇌가 빠개지고 눈알이 터져버릴 것 같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국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지옥의 불구덩이로 추락했다. 그는 자신이 다 잃었다는 생각만 했을 뿐, 찬희 역시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은 단 한순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무섭고 고통스런 진실이 그의 몸속에 있는 혈관이란 혈관은 다 끊어놓았다. ―설마, 낳겠다는 소린 아니지? 난 이제 열여덟이야. 동생이 둘이나 딸린 십대에 앞으로 뭐가 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 수 없는 모든 것이 불투명한 고아라고. 이런 나한테 뭘 원하는 건지 네가 말해봐. 그의 탓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가 그의 탓인데, 벌은 찬희가 받고 있었다. 선택에 의해 아이를 갖지 않는 것과, 몸이 임신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건 천양지간이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난도질한 것으로 모자라, 그녀의 몸까지 망가지게 한 것이다. 그래놓고 멀쩡하게 살았다니, 그는 스스로를 죽이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것처럼 그의 몸을 갈기갈기 난도질을 해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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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띠. 아쉽게도 남편이 하나고, 더 안타깝게도 딸이 하나. 이 한 몸, 나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은 자식 많이 낳는 것 뿐임을 아는데..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죠. 아직 김치도 못 담가서 친정엄마 등골 휘게 하는, 불량 주부 10년차입니다. 출간작 [로즈마리], [여동관과 남수라], [달콤하게 키스해줘], [라면과 스테이크] [반지], [몸살], [너에게 갇히다], [갈증], [그림자], [사랑은 장마다], [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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