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삽질’하는 청춘들이 몰려온다!
학교 텃밭을 가꾸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청소년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너 지금 어디 가?』가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4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중등 교육 현장에서 추천도서로 꼽히며 꾸준히 읽혀 온 『봄비 내리는 날』의 김한수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청소년소설이다. 창비 문학 블로그 ‘창문’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원고를 추가로 수정하고 보완하여 문학적 완성도와 재미를 높였다.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소위 ‘문제아’ 주인공들이 텃밭을 가꾸며 변화하는 모습이 계절에 따른 작물의 성장과 맞물려 조화롭게 그려지면서 독자들에게도 풋풋한 생명력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그동안 직접 흙을 밟으며 아이들과 밭에서 만나 온 김한수 작가는 요즘 10대들의 일상과 학교생활을 꾸밈없이 유쾌하게 묘사하면서도 과열된 입시경쟁과 물질만능주의를 돌파할 대안은 없는가 하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진정성 있게 풀어 놓는다. 그간 청소년문학에서 보기 드물었던 본격 생태주의 소설을 표방한 이 책은 우리가 충분히 꿈꾸고 시도해 볼 만한 새로운 학교, 새로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 보이며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출구 없는 경쟁 속에 상처 입은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
‘스펙 쌓기’에 매달리며 하루도 공부 없는 날을 상상할 수 없는 왕따 모범생 지욱이, 평소에는 과묵하나 한번 폭발했다 하면 무시무시하게 돌변하는 학교 짱 정태, 돈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지만 말 못 할 비밀을 간직한 뚱보 대풍이, 씨억씨억한 성격에 댄서가 꿈인 숙인이, 혼자서는 밥도 먹지 못하는 마마보이 민석이. 이 책에 등장하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모두 세상이 정해 놓은 성적, 부(富), 가정환경과 같은 기준에서 보면 낙제점을 받을 아이들이다. 그 탓에 주눅 들어 있고, 때로는 두려움과 억울함을 엄청난 분노로 표출하기도 한다. 특히 주인공 건호는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자신의 미래를 막막해하며 “눈치만 보다가 결국 별 볼 일 없는 어른으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라면서 “한심하게 태어난 내가 싫어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운 적도 있다.”고 고백한다(124면). 이러한 건호의 고민은 어른들이 으레 기대하는 아이다운 패기나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현실 속 10대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닮아 있기에 독자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이들의 한숨과 체념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실제 텃밭에서 만난 청소년들로부터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는 김한수 작가는 시종일관 소설 속 주인공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상처를 보듬는다. 그리고 텃밭 일구기와 같은 생태주의 노작 교육이 답답한 현실을 헤쳐 나갈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한동안 교육 담론과 청소년문학이 왕따, 욕설, 중2병, 무기력증, 성적지상주의 등 현상에 대한 진단과 묘사에 치중해 왔다면 이 책은 대안과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학교를 꿈꾸는 교사와 학부모에게 긍정의 신호를 켜 보인다. 출구 없는 경쟁 속에 상처 입은 우리 시대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주기에 충분하다.
“싸움은 정태가 짱이지만, 낫질은 내가 짱이다!”
별난 방황을 시작하는 청춘들을 응원하라
주인공 건호를 비롯해 반항과 방황을 일삼던 학생들은 텃밭 동아리를 통해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때의 변화란 결코 말 잘 듣는 고분고분한 아이 혹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아이들이 더욱 ‘잘’ 방황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옆에서 응원하고 격려할 것을 당부한다. 특히 “중학생 정도 됐으면 국영수가 아닌 의식주를 고민해야” 하며 “절대로 청소년을 보호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183면) 괴짜 아버지의 모습은 그동안 청소년문학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롭고 대안적인 부모상이다. “정말로 돈이 많아야 할까? 왜 애들은 사고를 치면 안 되지? 나는 너희가 그런 질문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89면) 선생님 또한 아이들을 ‘긍정적인 방황’의 길로 안내한다. 그 덕분에 주인공 건호와 아이들은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법,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하는 법,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위하는 법 등을 배우며 텃밭 안에서 한 뼘씩 성장해 나간다. 몇몇 아이들은 ‘공부와 농부 사이’ 아무도 꿈꾸지 않던 길로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
이 책은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별나고 유쾌한 방황을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찬가이다. ‘지금 어디 가’는지 알지 못해 주저하고 망설이는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너 지금 어디 가?』는 자기만의 나침반과 이정표를 찾을 수 있는 충만하고 건강한 힘을 선사할 것이다.
▶ 줄거리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중학교 2학년 건호에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농사에 푹 빠진 아빠를 따라 주말농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밭일이라면 지긋지긋한 건호에게 설상가상 담임 선생님은 텃밭 동아리의 회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해 온다. 텃밭 동아리는 학교의 골칫거리인 ‘문제아’들로 득시글한데 과연 제대로 굴러갈 수나 있을까? 한여름 농작물처럼 인생의 가장 푸르른 시절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의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생태 텃밭 이야기!
Changbi Publishers
1965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1988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중편소설 「성장」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집 없는 도시 서민과 가난한 노동자의 가족 생활을 실감 나게 묘사해왔다. 소설집 『봄비 내리는 날』 『그대 기차 타는 등 뒤에 남아』 『양철지붕 위에 사는 새』, 연작소설 『저녁밥 짓는 마을』, 장편소설 『하늘에 뜬 집』 등이 있다. 고양시 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