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에는 수인 설정 등 호불호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설정과 배경은 모두 허구이며 작품 내 등장하는 지역, 인물, 단체는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선택해. 나하고 여기서 잘지. 그게 싫으면 네 목숨 값 1억 내놓고 가든지. 아, 돈이 3천밖에 없다고 했지. 그럼 손가락 하나당 천만 원씩 쳐서 7개 자르고 가면 되겠네.” “……네?” 뭐라고? 순간 여우는 제 귀를 의심했다. 잠시 이어진 정적 속에서 남자의 말을 곱씹은 여우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보았다.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속옷도 입지 않고 쩍 벌리고 있을 때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여우는 경악한 표정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물론 그래 봤자 도망칠 구석은 없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거리를 뒀다. * * * “그, 그럼. 제가 넣으면 안 될…….” 여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을 또 던질 기세였다. 정여우 이 미친놈. 당연히 안 되겠지. 바짝 쫄아 버린 여우는 빠른 판단력으로 결단을 내렸다. “할게요! 해요! 한다고요!” 여우는 정말 큰맘 먹고 내린 결정이었다. 남자와 자다니. 그것도 저 큰 걸 몸에 넣어야 한다니. 이게 다 망할 너구리 자식 때문이다. 모든 원망과 저주를 그 녀석에게 퍼붓고 있을 때, 남자는 매정하게도 여우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뭐 해, 옷 벗어.” * * * 여우는 잠시 임신 테스트기와 의미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있으니까 해 보는 거지, 뭐.” 어차피 버릴 거니까. 그냥 버리는 것보다는 효율성이 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 타협한 여우는 테스트기를 열었다. 이상하게 괜히 떨렸다. 설마 진짜 임신이겠냐는 생각이 더 많았지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려. 망설임 끝에 테스트기에 오줌을 살짝 묻힌 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숫자 50까지 세고 눈을 뜬 여우는 그대로 멘탈이 나가 버렸다. “두 줄.” 몇 번을 봐도 테스트기에 두 줄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