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이라희…….” 그의 집착과도 같았던 사랑에 지쳐 떠나간 라희. 그녀를 닮은 미주에게서 라희를 떠올리는 성찬. 라희처럼, 라희같이, 라희답게. 삐뚤어진 사랑이라도 좋다. 영원히 그녀가 모르게 할 수만 있다면…… “난……. 이라희가 아니에요……!”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단지 자신은 옛 연인을 덧댄 인형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된 미주. 그를 떠나고, 1년 후,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날 찾아다닌 게 맞아요?” “모르겠어. 내가 그토록 찾던 여자가 지금 너인지, 아니면 그 아이를 닮은 너인지. 모르겠어.” [본문 내용 중에서] 손에 감기는 촉감이 좋아 성찬이 좀처럼 그녀의 동그란 둔덕을 놓지 못했다. 바디워시의 미끌미끌한 거품 때문에 그의 손바닥이 좀 더 밀착되는 바람에 미주는 점점 더 예민해졌다. 온몸이 저릴 정도로 아찔했다. 호흡은 말할 것도 없이 거칠어지고 눈앞도 점점 흐릿해지는 게 미칠 것 같았다. 그의 손길을 너무나 잘 느껴버린다. 미주에게 그는 첫 남자였다. 그래서일까. 그의 손길에 언제나 빠르게 무너졌다. “아앙…….” 욕실에 자신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숨을 죽이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자 성찬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우리끼리 있는데 그렇게 부끄러워?” “흐읏, 몰라요. 빨리 씻고…….” “아아, 아직 많이 남아 있는걸. 겨우 상체만 닦아냈잖아?” 짓궂은 그의 말에 미주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니. 그의 손길만으로도 미칠 것 같은데 더, 더 진도가 나가버린다면……. “읏, 오빠……. 미칠 것 같아…….” “미쳐도 돼. 나로 인해라면…….” 그의 손이 점점 아래로,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아……!” 다리를 오므려 두었던 은밀한 곳까지 다다르자 결국 미주의 입 밖으로 야릇한 교성이 크게 튀어나왔다. 모든 체력을 욕실에서 쏟아 붓고 나서야 미주는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 욕실에서 침실까지 기진맥진한 자신을 안아 옮겨준 그가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이마에 키스를 했다. “다음부터는 절대 둘이 같이 욕실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미안, 미안. 이렇게까지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워…….” 작게 투덜이며 잠이 드는 미주를 보며 그가 입가를 슬쩍 올렸다. “안아도, 안아도……. 부족한걸.” 아쉬운 목소리로 슬쩍 속내를 털어놓으며 성찬은 잠든 미주를 한동안 말없이 곁에서 계속 바라보았다. 그녀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눈을 감으면 꿈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미주는 알지 못했다. 그가 여전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잠이 든 시간 속에서도 그는 잠들지 못하고 그녀를 느끼고 또 느끼려 했다. “으음…….” 그녀의 콧방울과 뺨과 턱 끝, 어깨……. 그녀의 손등. 그녀의 몸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그녀를 느꼈다. “너만 있으면 돼. 너만…….” 촉. 그녀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맞춤을 한 그가 그제야 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