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졸업: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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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부터 1990년까지의 ‘학교생활’을 키워드로 삼은 특별한 소설집 『다행히 졸업』이 출간되었다. 더할 나위 없이 나빴던, 순간순간 유쾌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우리들의 학창 시절을 장강명, 김보영 등 재기 넘치는 8명의 작가들이 소설로 풀어냈다. 1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은 학교생활의 고달픔과 성장기의 고민을 진솔하고 다채롭게 녹여내어 독자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생활을 알지 못하기에 ‘나 때는 더했다’, ‘너는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며 세대 간 불행 경쟁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슬픔이 있고, 이는 우열을 가리거나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기획할 당시 제가 작가를 섭외하며 건넨 질문은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였습니다. 학교 잘 다니신 분보다 잘 못 다닌 분들을 우대해 모셨습니다.

― 김보영 「기획의 말」 중에서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

학창 시절,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입시 경쟁과 학벌주의, 그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학창 시절이 결코 즐거운 시절로만 기억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가끔 아직도 시험 보는 악몽을 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다행히 졸업』은 눈에 띄지 않게, 숨만 쉬다가 졸업하는 게 목표였던 그 시절을 소설을 통해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책이다. 『다행히 졸업』을 함께 쓴 여덟 명의 작가들은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라는 이 기획의 질문에 누구보다 진솔하게 응답했다. SF, 판타지,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주조해 낼 줄 아는 재능 넘치는 작가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토대로 또는 취재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1990년까지 각자 마음을 울리는 어느 해의 이야기를 그렸다. 보통의 학생들이 경험했던 불안과 억압의 순간들을 각자의 개성으로 세밀하게 포착하며 때로는 씁쓸한 웃음을, 통렬한 쾌감을, 또는 찡한 눈물을 전달한다.

 

콱 집어던져 버리고 싶은 과거, 잊고 있던 너와 나의 학교생활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서와도 같은 이 소설집을 통해 사학 재단의 비리(「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청소년 동성애에 대한 검열(「3학년 2반」), 극한의 입시 경쟁(「비겁의 발견」), 전교조 해직 사건(「나, 선도부장이야」) 등등 이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이 우리 곁에 생생하게 살아난다. 각 단편 속에 드러나는 학생들의 괴로움은 이제껏 해소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보여준다.

주인공 학생들은 이사 및 전학을 겪으며 ‘혼자 밥 먹는’ 외로움을 담담히 보여주거나(「환한 밤」), 방치된 도시의 변두리에서 또래끼리 어울리며 방황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잊고 있던 그 시절의 고독과 소외를 되살려 낸다(「얼굴 없는 딸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비논리에 맞서 지지 않고 저항하는 주체로 호명되기도 하고(「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 그 어떤 억압에도 기어이 유머를 잃지 않으며(「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건강함을 입증한다.

 

유쾌하고 씁쓸한, 괴롭고도 그리운 특별한 맛

‘학교’를 떠올리면 괴로움과 그리움, 유쾌함과 씁쓸함, 지긋지긋함과 해방감이 연이어 떠오르는 독자들에게 소설집 『다행히 졸업』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차례 및 작품별 줄거리

2015년 ◆ 장강명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급식의 질은 낮았고, 어른들은 훈계했고, 학생들은 억울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전혀 책임지지 않았다. 급식 비리 사건을 맞닥뜨리고도 지지 않으려 애썼던, 그리고 내내 유쾌했던 싱싱한 아이들 이야기.

2010년 ◆ 김아정 「환한 밤」

여고생 ‘나’는 가세가 기울어 전학을 해야 했지만, 자기 가난을 숨기고 싶다. 항상 식판만 내려다보며 혼자 밥 먹는 점심시간을 견디던 사람, 그렇게 ‘다행히 졸업’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신비로운 단편.

 

2004년 ◆ 우다영 「얼굴 없는 딸들」

도시의 낙후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여중생들의 방황하는 삶. 사회와 가족들에게서 소외된 아이들의 공허한 심리, 자각하지 못한 채 벌어지는 폭력 등이 잘 살아난 쓸쓸한 소설.

 

2002년 ◆ 임태운 「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축구냐, 공부냐 그것이 문제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배경으로 거리 응원을 가려는 남학생들이 벌이는 유쾌한 소동.

 

2001년 ◆ 이서영 「3학년 2반」

학교에서 대놓고 ‘이반 검열’을 하던 시절. 그 당시 성 정체성을 고민하던 청소년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상처받은 월야와 한빈의 이야기로 느껴 보는 그때의 아픈 순간들.

 

1995년 ◆ 전혜진 「비겁의 발견」

삼풍백화점 사고가 일어났다. 대입 때문에 극한의 경쟁 상황에 놓여 있던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의 죽음조차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다.

 

1992년 ◆ 김보영 「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은 기념하지만 학생의 날은 안된다?! 고등학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도 현수막 하나 내걸지 못했던, 꽉 막히고 답답했던 1992년, 그 시절 이야기.

 

1990년 ◆ 김상현 「나, 선도부장이야」

1990년 전교조 해직사건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선도부장 김유신의 활약. 유쾌하면서도 위악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단편소설.

 

기획의 말 ◆ 김보영

작가 후기 ◆ 장강명 김아정 우다영 임태운 이서영 전혜진 김보영 김상현

● 작가 후기

“『다행히 졸업』 소설집의 제안을 받은 뒤 고교생 네 명을 인터뷰하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것들은 너무 그대로라서 좀, 오싹했다.” 장강명

 

“졸업하면서 교복을 버렸다. 무거운 짐을 비로소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교복을 버린 것을 후회했다. 다시 교복을 입는 상상을 했다. 교복은 여전히 무거웠다.” 김아정

 

“「얼굴 없는 딸들」은 일반적인 순서를 뒤죽박죽 섞어서 썼다. 어쩌면 이 소설은 이렇게 쓰여야 했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든다. 방향이나 유속을 염려하지 않고 흐르는 물 위를 표류하는 아이들처럼, 무모하고 위태롭게.” 우다영

 

“저는 요즘도 텅 빈 교실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곤 합니다. 대부분 고등학교 시절의 몸으로 돌아가서 어리둥절해하지요. 친구들이 어서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면 저는 ‘이상하다, 난 분명 졸업을 했던 것 같은데’ 하면서도 창문을 활짝 엽니다.” 임태운

 

“우리는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에 더 익숙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끊임없이 센 척을 했다.” 이서영

 

“다니던 학교에 가 보았다. 마치 갑옷도 없이 초보자용 단검 한 자루만 들고 던전에 뛰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무시무시한 보스몹은 없었다. 이제 그 시절의 어떤 것도 나를 괴롭힐 수 없다는 걸 안다.” 전혜진

 

“우리 학교는 참 평범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는데, 하는 사람을 보면서 생각한다. 누군가는 어디선가 싸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는’ 상태란 쉬이 얻어 낼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김보영

 

“제게는 엊그제처럼 느껴지는 1990년입니다만, 아마 독자 중 상당수는 너무나 먼 과거의 일로 느낄 거라고 생각하니 세월이 참 허망하게도 빨리 흐르는구나 싶습니다. 모쪼록 재미있게 즐겨 주세요.”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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লিখকৰ বিষয়ে

장강명 고등학교 두 곳을 다니며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훈계하는 사람들이 틀렸을 가능성이 꽤 높다는 사실. 『다행히 졸업』의 제안을 받은 뒤 고교생 네 명을 인터뷰하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것들은 너무 그대로라서 좀, 오싹했다.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 『댓글 부대』 『표백』 등을 썼고 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김아정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쓴다. 서울에서 태어나 크고 작은 도시들을 전전하며 자랐다. 열다섯 살 때 강원도로 이사를 가면서, 도시의 빌딩숲 대신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강원도라고 옥수수만 먹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등하굣길에 늘 지나던 옥수수밭은 생각이 난다. 201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서 동화로 등단했다.


우다영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학교에 대해서라면 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시작하자마자 그것이 착각임을 깨달았다. 비정상을 정상이라 믿으며 다행히(?) 어른이 되었다. 2014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임태운 SF라는 냄비 안에 B급 코드와 찌질한 인물들, 대소동, 마지막으로 휴머니즘을 들이부어 소설을 끓여 내고 있다. 혀는 짜릿하게, 위장은 뜨끈하게 만드는 부대찌개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장편소설 『이터널 마일』, 소설집 『마법사가 곤란하다』가 있으며 공동단편집 『앱솔루트 바디』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 등에 참여했다. 현재는 태릉선수촌을 배경으로 한 좀비 액션물을 집필 중이다.

이서영 주로 사회적 문제들과 맞닿은 SF를 써 왔다. 어린 시절의 세상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세상은 폭력적이었고 자주 먼 곳까지 도망치는 꿈을 꿨다. 그때 받은 상처는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자꾸 덧난다. 상처를 남긴 이들에게 여러모로 감사하며 살고 있다. 소설집 『악어의 맛』을 썼고,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단편을 실었다. 

전혜진 만화도 만들고 글도 쓴다. 『레이디 디텍티브』 등의 만화 스토리를 썼고 「PermIT!!!」을 연재 중이며 소설집으로 『홍등의 골목』이 있다. 수학, 기계공학, 컴퓨터를 공부했고 요즘은 맥락 없이 문학 공부도 하고 있다. 뭔가를 배우고 알아 가는 것은 늘 좋았지만 학교는 괴로웠다. 졸업선물처럼 끌어안고 살던 이십 년짜리 악몽에 종지부를 찍어 볼까 하고 이 단편집에 참여했다가, 일찍이 겪어 본 적 없는 마감의 수라에 빠지고 마는데……?!

김보영 주로 SF를 쓴다. 고등학생 시절 어쩌다 학생회장이었고 능력 있는 부회장과 임원들의 도움으로 꾸려 갔다. 미래의 나에게 이 시절을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아직 잊지 않았음을 이 작은 글로나마 화답한다. 작품과 작품집으로 『멀리 가는 이야기』 『진화신화』 『7인의 집행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등이 있다. 『이웃집 슈퍼히어로』를 기획했다.

김상현 1973년 생. 92학번. 소비에트 연방, 즉 소련이 붕괴될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꿈꾸던 소설가가 되기 위해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로 진학, 1998년에 12권짜리 장편 판타지를 써서 데뷔했다. 이후 SF, 역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창작했다. 2012년부터는 모교에서 장르문학 강의도 하고 있다. 수업 열심히 듣는 학생보다 같이 놀아 주는 학생을 더 좋아한다. 판타지 『탐그루』, SF 『하이어드』, 팩션 『정약용 살인사건』 『이완용을 쏴라』, 스릴러 『킬러에게 키스를』 『고스트 에이전트』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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