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아니야.”
몸 선이 다 비치는 얄팍한 연회색 스포츠 티셔츠 아래로 사뿐사뿐 걸을 때마다 현혹하는 검은색 쇼츠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불룩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이제 슬슬 관심이 생기나 보지?”
“뭔 소리야.”
“아니면 눈 좀 떼. 설 것 같잖아.”
“뭐가 서? 미쳤어?”
아웅다웅. 티격태격.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질긴 인연.
관계 정리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
“하여간 밝혀.”
“밝히긴. 하…. 너 진짜… 외국물 먹더니 발랑 까졌어. 알아?”
다리를 벌리고 앉은 그가 티셔츠 아래로 손을 넣어 복근으로 선명한 살갗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좆도 까졌는지 확인해 봐, 그럼.”
서로에게 연결된 줄을 적당히 밀고 당기며 지켜 온 우정의 축이 기울어진다.
이번에는 절대로 헷갈릴 수 없는 눈빛이었다.
저자 - 달로
달과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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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라스트 나잇(Last Night). 한번 합시다. 원 라스트 콜(One Last Call). 부당한 관계. 야노. 밤에 만나요, 선배. 혼인신고 후 취소불가. 훼손. 투 미닛 워닝(Two-Minute Warning). 이븐 모어(Even more). 세상의 끝. 바스락. 결혼의 의무. 무심코. 엔드리스 서머(Endless Summer). 플러팅 게임. 동정의 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