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심연에서 길어낸 상처의 미학
깊고 섬세한 시선으로 생의 풍경들을 응시해온 조용미의 일곱번째 시집 『당신의 아름다움』(문학과지성사, 2020)이 출간되었다. 타인과 나의 경계를 무화시키는 침묵을 통해 자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나의 다른 이름들』(민음사, 2016)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이번 시집에서 조용미는 닿을 수 없는 당신을 통해 삶을 좀더 예민하게 감각하고자 한다. “환한 어둠”(「어둠의 영역」) 속에서만 포착 가능한 마음의 괴로움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고통의 순례자’를 자처한다. 한때 “생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미혹당했던” 시인이 “괴로움에 집중”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당분간」). 그것은 몸과 정신이 고통의 압력에 짓눌릴 때만 의식 위로 천천히 부상하는 ‘시어’들을 건져 올리기 위해서다. “나는 항상 시적 발견에 의해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최근 문예지에 발표한 산문 속 문장처럼 조용미는 시를 향한 투신과 갱신을 멈추지 않는다. 당신이라는 “또 다른 새로움”(「비가역」)을 좇아 무한한 우주마저 가로지르려 하는 그의 여정은 “수차례의 동면 과정을 거쳐 자다 깨다 하”(「어둠의 영역」)는 역경도 불사할 의지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당신의 아름다움』은 미학적 성취를 위해 기나긴 방황과 부침을 견뎌낸 결과물이자, 창작의 고통을 기꺼이 끌어안은 시인의 아름다운 상처들로 오롯한 시집이다.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