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계열 중에서도 실험성이 두드러진 작품으로서 은유와 환유, 반복과 전위, 이트모티프leitmotiv 등의 독특한 문체로 서술된 실험소설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니체,베르그송,슈타이너 등 20세기 초 철학자들의 사상과 역사관이 투영되는 등 러시아 상징주의 특유의 철학적 사색이 내포되어 있어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저자는 『성서』를 비롯한 수많은 신화적?역사적?철학적 텍스트들을 소설에 삽입하고 기존의 러시아 문학의 전통과 규범, 즉 구조,플롯,문체,기법 등을 혁신적으로 계승함으로써 현대 소설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다. 『페테르부르크』는 제1차 러시아 혁명 직후인 1905년 10월,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러시아의 사회와 역사를 기록한다. 페테르부르크는 18세기 초 표트르 1세가 제국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건설한 ‘유럽을 향한 창’(A. 푸슈킨)이었지만, 20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혁명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그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러시아 민족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중심 테마로 다루고 있다. 유라시아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소유한 러시아는 고유의 민족적 성격을 추구한 반면, 서양과 동양의 사고가 혼재한 채 공존하고 있었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민족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었고, 제국과 민족의 불안,소외,고립 등이 표면화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혼란이 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