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슬프니? 몰라. 그냥 슬퍼. 이렇게 슬프면서는 살고 싶지 않아. 너만 슬픈 거 아니야. 다들 그렇게 살아. 무엇에든지 취미를 붙여봐! 넌 글을 쓰니까 그래도 남는 게 있지. 난 뭐니?
남기는 뭐가 남어? 그냥 살다 가는 거야.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따라 가는 거야.
임인년 가을이 슬프다는 친구와 일곱 살에 만났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는 둘 다 무용반이었다. 교생 선생님들에게 어지간히 귀여움도 받았다. 그 선생님들이 가실 때에는 송별회를 열었던가. 우리는 - 재신이 재주 정자 나 이렇게 넷은 사범학교 대강당에서 춤을 추었다. 나비처럼!
죽는 이야기는 더 하지 마! 나는 죽고 싶어도 억울해서 못 죽어.
친구야! 너가 믿는 하나님께 기도해. 찬송가를 소리높여 불러봐. 마음이 평화로워질 거야.
나는 노트북에 코를 박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가 사는 길이다.
― <머리말>
■ 변영희
△청주 출생
△《문예운동》 소설, 《한국수필》 수필 등단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의 집‧서울 회원
△한국수필문학상, 손소희소설문학상, 제4회무궁화문학상대상 수상
△장편소설 『마흔넷의 반란』 『황홀한 외출』 『오년 후』 『사랑, 파도를 넘다』
△소설집 『영혼 사진관』 『한국소설베스트선집 2』
△수필집 『비오는 밤의 꽃다발』 『애인 없으세요?』 『문득 외로움이』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