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혹시,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함부로 좋아한 대가일까. 뒷담화의 현장을 들켜버린 은형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그 남자, 민승재. 수시로 날아드는 생뚱맞은 질문과 괜한 시비. 팀장님, 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어디 또 까불어 봐요.” “저 안 까불….” 입술이 닿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무르던 그가 이내 아주 천천히 멀어졌다. 반할 만큼 매혹적인 승재를 올려다보며 은형은 요동치는 심장을 간신히 버텨 내고 있었다. 여전히 닿아 있는 것처럼 지독하게 부드럽던 입술의 감촉. 목에 팔이라도 두르고 매달려 안기고 싶은 걸 그녀는 필사적으로 참았다. 승재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또.” “…….” “왜 조용해? 까불어 보라니까.” “…잘게요.” “멋대로 불 질러 놓고 어딜 갑니까?” 비켜 가려는 순간 커다란 몸이 앞을 막아섰다. 반대로 피하려는 것까지 차단한 그가 허리 뒤로 크게 손을 둘러 확 끌어당겼다. 오롯이 맞닿아 오는 느낌에 놀란 은형이 눈을 크게 떴다. “확인해 볼래요?” “뭘….” “내가 게이인지 아닌지.” “네…?” “확인해 보자고, 같이. 궁금할 것 같은데.” 서늘하게 식은 눈매로 승재가 은형을 내려다봤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눈빛이 갈수록 위험하게 끈적거리며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