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미림이 바다에 빠진 남자아이를 구하고 얻은 건,
불에 지진 듯 뺨에 번진 열감이었다.
“미천한 게 어디서 함부로 만져. 더러운 게.”
잊을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떠난 소년, 효인과의 재회는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주성 그룹에서 이루어졌다.
“네가 어떤 식으로 몸을 굴리든 내 눈에 띄게 하지 마.”
미림을 볼 때마다 저 역시 천한 핏줄이란 걸 들킨 듯한 기분에,
효인은 그녀를 압박하고 내쫓으려 한다.
미림 역시 저를 경멸하는 효인을 벗어나려 하지만…….
“구해 줘?”
“흐흑…… 네.”
“그럼 넌 뭘 줄 건데?”
“여기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있기는 한가요?”
모순적이게도 미림이 잡을 수 있는 건 그의 손뿐이었다.
미리보기
“우린 그럼 무슨 사이에요?”
가늘게 떨리는 미림의 목소리는 다행히 효인을 붙잡을 수 있었다.
새까만 어둠에 잠긴 그의 널찍한 등이 모로 기울어지며 제게 돌아왔다.
“무슨 사이를 원해.”
질문을 했건만 돌아오는 건 또 다른 그의 질문이었다. 효인이 주로 쓰는 화법이었다.
그것이 상대에게 제법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림은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거야.”
빙글 미소 짓는 효인은 전에 본 적 없는 순수한 웃음이었다.
그 표정을 보니 마치 저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제가 원하는 대로…… 요?”
자신이 뭘 원할 줄 알고? 이대로 이 집을 떠나지 않고 그의 옆에 남겠다고 하면 어찌할 것인가?
미림은 제 생각의 끝이 효인의 곁에 남는다는 가정으로 흐른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