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는 언제 어디서 걸릴지 알 수 없지만 그걸 굳이 던전에서 걸어야 했을까.
“등급도 낮은 게 좋은 아이템 걸치고 있네?”
척 봐도 각성한 지 얼마 안 돼서 자기가 세다고 착각하는 놈들이다.
서련은 후드가 자신의 얼굴을 잘 가리고 있는지 다시 점검하고는 깡패들을 가볍게 쓰러뜨리고 가기로 했다.
‘시스템, 얘네들 다 해킹해.’
스킬 ‘해커의 장난질’로 선택한 각성자들의 방어력을 1로 일시 하락시킵니다.
30분 후 스킬 효과가 취소되며 정상으로 돌아갑니다.
“아아악!”
아니…… 방어력을 많이 낮추긴 했지만,설마 근력 스탯이 10밖에 되지 않는 내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질 줄은 몰랐지.
***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는데.”
서련은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움츠러들었다.
평소에 쓰던 존댓말은 어디다 팔아먹고 반말하는 걸 보면 매우 화가 나 있다는 건 모를 수가 없었다.
“당장 이 퀘스트 치워.”
요즘 너무 리나연과 같이 하는 퀘스트만 강요한 건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대화를 시켰다고 터질 정도로 싫어했던 걸까.
“내가 모든 사람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헤실헤실 웃고 다닌 거 같아? 네가 언제 시스템으로 나를 보고 있을지 모르니까 일단 웃었어.네가 밝은 사람이 좋다고 해서.”
답장이 오지 않는 짧은 시간. 차유현은 화를 더 내야 할지, 애원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너무 화를 내면, 당신이 도망쳐 버릴까 봐.
결국에는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다시 존댓말로 말했다.
“정체 밝히기 싫은 건 알겠는데, 내 마음은 무시하고 이렇게 다른 여자랑 엮으려고 하는 거 싫어요.아니…… 조금, 상처받은 것 같아요.”
상대의 정체도, 연락처도, 아무것도 모르고, 오직 상대의 다정함만 아는 차유현은 혹시나 그녀가 자신을 더는 찾아오지 않을까 두려워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살짝 울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