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서고 동서고[王室東書庫]의 서고지기 상제(尙除) 김선균. 곱디고운 내관인 그에게는 아무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 있었는데....... “왜 이리 가벼워?” “네...... 네?” “내관이라고 해도 사내자식이 왜 이렇게 가볍냐고. 어라? 허리는 아주 개미가 울고 가겠군.” 느닷없이 죄 없는 허리를 감아 안는 팔 때문에 선아의 입에서는 짧지만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다. “꺄~.” “뭐야, 점점. 계집처럼.” 선아는 그의 비웃음에 어쩐지 무척 비위가 상했다. 뭐 이런 개미 갈비 뼈다귀로 뺨 맞을 놈이 있나 싶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여기서 확 들이박고 개운하게 끝내자는 생각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파나무 향이 피어나는 봄에서부터 시작된 파란만장 내관 생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