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여기 왜 있어?"
"너 기다린 거잖아. 아니면 내가 주차장 구석에 왜 있겠어."
"그러니까 네가 왜?"
"왜?"
"그래, 네가 날 기다릴 이유가 없잖아."
놀란 표정이 사라진 가령의 얼굴에는 진료하던 의사가 자리 잡았다. 틈을 주려고 하지 않는 가령의 모습에 찬율의 눈빛에서도 가벼움이 사라졌다.
"1번 진실, 2번 거짓말. 둘 중 뭘 듣고 싶어?"
"둘 다 안 듣고 싶어"
가령은 찬율이 하는 말과 행동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기다린 건지 의아할 뿐이었다.
찬율이 할 말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아 거절했다. 그런데 그런 가령을 보며 찬율은 생뚱 맞은 말을 던졌다.
"2번, 잠이 안 오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죠?"
"……."
"1번, 내 머릿속에 네가 있어서, 생각해 보니까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 친구였더라."
찬율의 표정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씨 같았다. 장난치듯 가벼운 웃음을 지었던 찬율이 아니었다. 가령의 눈은 찬율에게 잡혀 꼼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