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는 사별한 누나의 새로운 삶을 위해 잠시 병원일도 관두고 조카 이안의 육아에 전념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이안의 유치원 등하원은 꼭 챙겨야 하는 주요 일과.
“삼촌, 딸기 선생님 예뻐.”
그런데 조카 이안이가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던 유치원 담임 선생이란 남자. 요새 자주 마주친다.
아동심리미술 전공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것도 신기하고, 이 남자에게서 쏟아지는 시선이 자꾸만 신경쓰이는데….
* * * * *
“딸기 선생님 있잖어.”
“응. 그 사람 왜.”
“……그 사람이랑 사귀어 볼까.”
푸후후훕. 하는 소리와 함께 갈색의 아메리카노 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재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트레이 위에 놓여 있던 티슈를 들어 유리창 위로 튄 승후의 커피 자국을 닦아 냈다.
티슈를 들어 제 이마를 꾹꾹 눌러 대던 승후가 재희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 지금 나 웃기려고 이러는 거냐.”
“아니. 나 지금 진지한데.”
“진지하니까 더 웃기잖아. 진지하지 마~.”
“사귀는 건, 안 될까.”
재희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서 그에게 고민 상담을 하듯 물어왔다. 승후는 재희의 얼굴을 바라보다 한 손으로 제 입 주위를 감쌌다. 그는 마구잡이로 새어 나오는 콧김을 막으면서 어깨를 들썩거리면서까지 웃었다.
“이 새끼가 일 때려치우고 육아한다 했을 때부터 제정신 아니다, 했더니만. 이제 진짜 완전 돌았구만, 돌았어~.”
“어. 나 돈 것 같아.”
“뭐어?”
“나 돈 것 같다고, 그 선생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