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그렇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분명 천사다. 사람이고선 저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은 분명, 명백히 변했다. 저 인간은 천사의 탈을 쓴 악마다! 12년 전 지원의 옆집으로 이사 온 순간부터 지원에게 있어 승하는 순탄한 인생의 걸림돌이었다. 이웃으로 사는 것도 끔찍한데 유학 갔다 돌아온 승하와의 질긴 악연이 회사에서도 계속되다니! 요즘 들어 저 인간의 짜증나는 얼굴만 보면 뒷목이 확 당기면서 혈압이 올랐다. 이러다 고혈압이라도 된다면 청구서 들고 쫓아가야겠다고 늘 생각했다. “이야, 잘생겼네. 이 사람이 그런데 과연 널 마음에 들어 할까?” “웃기지 마. 누가 나간댔어?” “어이구, 안 나가면 어쩔 건데? 아주머니가 가만히 계시겠냐?” 그건 그랬다. 틀림없이 안 나간다면 며칠 동안 매타작이 이어질 건 분명한 일이었다. 지원은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면서 나가서 밥이나 한 끼 얻어먹고 오자고 생각했다. 선이 별건가? 두 사람 나이 합쳐서 오십이 안 되면 소개팅이고, 넘어가면 선인데. 그냥 소개팅이라 생각하며 가볍게 만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뭐냐, 그 음흉한 웃음은?” “아, 시끄러! 그리고 내가 회사에선 아는 척 하지 말랬잖아.” 지원은 괜한 신경질을 내며 봉투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항상 생각하는 건데 류승하라는 남자와 엮이면 그냥 재수가 없어졌다. 꼭 청개구리처럼 악착같이 아는 척을 하는 저 징글징글한 인간 때문에 그녀는 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