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없나?”
하던 말을 멈춘 문지담의 입술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차갑고 무정하고 오만한 이.
그녀는 저를 경멸하는 사내의 얼굴을 더는 올려다보지 않고 고개를 떨구었다.
“없는 줄 알았는데…….”
작게 중얼거리는 대답에 신우조가 미간을 찌푸리며 집중했다.
“아직 남아 있었나 봅니다.”
문지담은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갔다.
기분 탓일까?
버림받은 여인의 땅을 딛는 걸음에서 단단한 의지가 느껴졌다.
신우조는 한참이나 그녀의 등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오 년이 지났다.
가죽 갑옷을 입은 늘씬한 여인.
문지담이 작은 봇짐에서 전출 명령서를 꺼내 내밀었다.
“소사관 문지담이라고 합니다.”
신우조가 끊어버린 정혼녀, 문지담.
세상이 다 아는 그 악연이 그의 부하로 왔다.
참으로 처세술이 좋은 계집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불편하게 깨진 인연의 아슬아슬한 재회가 시작되었다.
류도하(쇠라) - 작가연합 네이버 카페 [그녀의 서재]에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