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전략기획팀 서도건은 이른바 완벽함의 대명사였다. 감탄을 자아내는 외모, 깔끔하고 담백한 성격, 출중한 업무 능력까지. 두루 갖춘 그에게 사내 여직원들은 열광했지만, 하솔에겐 눈엣가시일 뿐이었다. 처음부터 거슬렸다. 그녀를 포함해 주변인들 모두를 깔보는 듯한 특유의 오만함이. 본인만 잘날 것이지, 남에게까지 사사건건 완벽을 강요하는 그 작태가 싫었다. 해서. “즐거운가 봐요.” “……네?” “의외네요. 날 씹는 게 그렇게 즐거울 일인가.” 뒷담화하다 걸렸을 때도 하솔은 당당했다. 재수 없는 건 사실이니까. 민망하지만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서도건이 뭔가 좀, 이상하다. “화해할래요?” 뜬금없이 먼저 화해를 청하지를 않나.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아무나 그렇게 몇 번씩 수정 못 해요.” 입에 침도 안 발랐으면서 칭찬을 늘어놓질 않나. “회사 계속 다닐 거죠?” 없으면 서운하다는 식의 표정으로 사람 혼을 쏙 빼놓기까지. 그러더니. “여 대리님.” “네, 서 대리님.” “오늘 나랑 잘래요?” 기어이 미친 소리를 한다. 물론 용서받을 절호의 기회이긴 했다. 사고를 친 것도, 뭐든 하겠다는 말도 하솔이 먼저 했으니까. 그렇지만. “대답해야죠.” “…….” “잘래요, 말래요?” “…몰라요.” “어쩌나. 몰라요는 보기에 없는데.” 들린다, 들려. 회사 생활 망하는 소리가. 하솔은 직감했다.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순응하고 말았다. 술과, 밤과, 느른한 눈빛의 서도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