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밑바닥에서 당겨져 끌리는 닻의 소리에 그녀는 잠을 깨서 눈을 뜨고, 캐빈의 천장이 너무 하얘 눈이 부셔 눈을 깜박였다. 이미 태양은 반 이상이나 돌았는지 선창에서 비쳐 보였다. 뒤돌아보니, 덴지르가 또 하나의 침대에 앉아 다리를 앞으로 내던지고 팔짱을 낀 채 그녀를 엄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중략) 또 혼자가 되자 토리는 양손으로 머리를 꽉 싸맸다. 덴지르와 결혼! 구혼― 결혼 따위는 귀찮다고라도 할 것 같은, 자유를 사랑하는 모험가로부터 청혼을 받다니. 저러한 사람과 결혼하면, 결혼에 따라 붙어다니는 속박으로 완전히 안정될 수 없을 것이 분명할 거야― 그와 결혼한 여성이 속박을 받아들이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그에게 인식시킨다면 별문제겠지만. (중략) 생각 탓일까? 그의 목소리가 얼마쯤 드높고 날카로와진 것같이 느껴졌다. 매달리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손을 뻗어 머리카락이 더부룩한 목덜미에 대었다. 덴지르는 천천히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토리는 상체를 앞으로 쑥 내밀어 키스했다. 닿자마자 두 사람의 정열은 작열했다. 로맨스 시트에 쓰러져서 마치 상대가 꺼져 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두려워하고나 있듯이 두 사람은 서로 애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