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고 싶었던 맨해튼으로 휴가를 떠나고,
여행 중 방문하는 장소마다 얼굴만 아는 직장 동료 남시우를 우연히 마주친다.
우연이 엮이면 필연이 된다고 했던가.
함께 여행지에서 추억을 쌓던 두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껴 하룻밤을 보내고,
맨해튼의 밤은 그곳에서의 추억으로 묻어두기로 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시우의 아이를 갖게 된 윤서.
허나 지나온 사랑의 상처 때문에, 그리고 소중한 커리어를 지켜내기 위해
결혼이나 동거 대신 시우와 공동 육아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결혼하자든가 같이 살자든가 하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건 윤서 씨가 원치 않으니까 요구하지 않을게요. 다만 나도 아이 아빠잖아요. 아이를 몸에 품고 있는 윤서 씨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아이가 보고 싶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 아빠라고 꼭 책임질 필요 없다니까요. 그 부담 때문이라면….”
시우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제가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어서요. 저에게도 그 정도의 권리는 있는 것이 아닌가요?”
“…….”
“전에 얘기했었죠, 육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제가 얘기한 거니까 당연히 저도 육아의 어려움 알고 있어요. 그 어려움 함께 나눠요. 아이를 사랑해준다는 건 결코 귀여워해 주기만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에요.”
시우가 숙였던 고개를 들고 윤서의 눈을 바라보았다.
말을 처음 꺼낼 때와는 다르게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짙은 눈동자였다.
“연애도, 결혼도 바라지 않아요. 육아, 같이 해요.”
남편과 아내 대신 아빠와 엄마가 되기로 한 두 사람의 잔잔한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