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웰.” 남자는 죽기 전 그렇게 말했다. 비슈아드력 1792년 10월 1일, 낮 2시. 한 남자가 단두대 아래서 과거의 영광을 버린 채, 허무하고 고요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가 왜 그런 죄를 지었는지는 그에게 사형을 내린 왕도, 또 그의 죽음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 남자가 웃고 있었다는 것을. 그의 금빛 눈동자만큼은 죽지 않았음을. 연인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현재를 버린 여자. 연인의 과거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버린 남자. “라헬, 난 괜찮아. 그니까, 너도 괜찮아야 해. 알겠지?”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은 서로의 운명을 강하게 흔들었다. 미리보기 “아즈웰, 저와 결혼합시다. 이젠 그 무엇도 우리 앞을 막지 못해요!” 라헬이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즈웰은 어이가 없어졌다. 왜 항상 모든 일의 끝이 고백인 걸까? “……거절할게.” 단호하게 거절을 내비치자 라헬이 금세 어깨를 늘어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걸로 스물한 번째 거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