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아득히 저 멀리, 하지만 어제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어딘가로 흘러들어 갔다. 낯선 세계에서 깨어난 소녀는 자신의 운명을 듣고, 조용히 그것을 기다려야 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약속된 인연들과도 태연하게 마주하려 했다. 그러나 한 번도 가진 적 없었던 미중년 아버지, 또래다움을 모르는 위태로운 소년, 능청스럽지만 천사 같은 외모의 도적 등. 꿈에서나 나올 듯한 만남으로 인해 고요해야 할 소녀의 삶에는 서서히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끝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는 그동안 쌓인 인물들의 감정, 관계처럼 점점 더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소녀 이연은 가족여행, 축하연회, 연주회 등으로 쉴 틈없는 일상을 보낸다. 착실히 쌓인 인물들의 서로를 향한 감정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1권부터 각 챕터 메시지를 유심히 살펴본 독자들이라면 이미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