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환상으로 일상을 뒤덮는
일기와 읽기의 달인 문보영의 첫 번째 소설집
이 시대의 눈 밝은 젊은 독자들에게 문보영은 이미 시인이자 산문가로서 익히 알려져 있다. 손으로 쓴 일기를 독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일기 딜리버리’를 통해 일기 예찬론자로서의 명성 또한 드높다. 그런 그의 첫 번째 소설집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문보영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그가 시인이자 산문가로서 시와 에세이에서 보여 온 기묘한 명랑함과 상상력이 집약되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 경험이란, 현실과 무척이나 비슷해 보이면서도 전혀 다른 이세계(異世界)로의 여행이다. 그 도착지에 무엇이 펼쳐져 있을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 세계의 이름이 ‘문보영’이라는 것뿐이다. 저마다의 색채와 기발한 상상력,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빛나는 여덟 편의 단편 소설과 ‘책말이’ 연작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문보영의 문장과 마주칠 수 있다.
여덟 편의 단편 소설들 중 「현관에 사는 사람」 「다족류」 「하품의 언덕」 「비변화」 「비사랑꿈」에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들의 이미지가 소설 속에 등장한다. 현실을 뛰어넘는 이미지를 그려 냈던 살바도르 달리의 화풍은 혈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무 거리낌 없이 허무는 문보영의 소설과 한 몸처럼 어우러져 문보영이라는 세계의 환상성을 더욱 공고히 완성시킨다.
시인. 매니큐어가 마를 때까지 잘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이다. 1992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선 모자 위에 납작한 돌을 얹고 다녔다. 2016년 [중앙일보]로 등단했다. 2017년 시집 『책기둥』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상금으로 친구와 피자를 사먹었다. 일상을 사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시작했으며, 시와 소설, 일기를 일반 우편으로 배송하는 1인 문예지 ‘오만가지 문보영’을 발행한다. 시보다 피자를 좋아하고, 피자보다 일기를 좋아하며, 일기보다 친구를 더 사랑한다. 손으로 쓴 일기를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하고 있다. 시집으로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산문집으로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앤솔러지 『페이지스 6집-언젠가 우리 다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