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사실 당신이 태 팀장이라는 건 회사에서 들었어. 그런데 이름은 몰라. 우리 정말 한참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커플이다. 그치? 너무 웃겨. 큭큭큭.” 해맑게 웃는 세미가 눈을 맞추었다. 좌불안석인 심정으로 있던 리오는 그녀의 미소에 자그마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태리오.” 세미는 자신의 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헛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에 띄게 긴장하는 리오의 표정을 본 순간 어쩌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일 인물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겨났다. 세미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차가운 서리가 내렸다. 제대로 들은 건지, 잘못 들은 건지, 이름을 묻고 다시 확인해야 하는데도 그녀는 입을 떼지 못했다. 그가 웬수라고 생각했던 어릴 적 태리오일까 봐. “태……리오? 옆집에 살다가 전학 간 태리오? 아, 아니지?” “내가 맞다고 말하면 화낼 건가?” “지!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야. 돌려서 말하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 맞아. 아니야. 둘 중 어느 쪽이야.” “맞아.” “하! 맞아? 맞다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세미는 기가 막혔다. 진즉에 성을 알게 되고 그가 낯설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물어보지 않았던 게 후회스러웠다. 게다가 이름도 모르는 그와 불같이 뜨거운 밤을 보낸 자신의 실수가 저주스럽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