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득 박금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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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득 박금단전≫은 홍윤표 선생(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 개인 소장본으로, 현재까지 다른 이본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본 고전소설이다. 작품 분량은 1책, 매 쪽 12줄, 총 60쪽(30장)으로 작품 말미에 무술년(戊戌年) 2월 21일에 필사를 마쳤다는 기록이 있으나, 필사자나 창작자를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는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작품의 상태를 보면 얇은 붓으로 흘려 쓴 한글로 필사되어 있으며, 종이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글자를 알아보기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작품은 박만득, 박금단 두 남매가 어려서 부모를 여읜 후 노비들의 모반으로 집을 도망 나와 서로 헤어졌으나,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하여 남매가 상봉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의 서사적 골격은 ‘노비들이 반란을 일으켜 위기에 처한 주인(양반 계층)이 집을 떠나 갖은 고초를 겪다가 마침내 고난을 극복하고 노비들을 처벌’하는 추노담(推奴談, 도망간 노비를 찾는 이야기)이다. 이와 비슷한 서사적 구성을 기반으로 창작된 고전소설을 일컬어 ‘추노계 소설’이라 하는데, 즉 ‘도망한 노비의 행적을 둘러싸고 주인과 노비 사이의 갈등, 대립, 해결 양상이 서사 전개의 중심축을 이루는 소설’을 의미한다. 추노계 소설은 조선 중기 이후 신분 질서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계층 간 갈등을 문학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추노계 소설 주인공은 남성 주인공 한 명만 등장한다. 그러나 ≪박만득 박금단전≫은 박만득이란 남주인공뿐 아니라, 박금단이라는 여주인공의 삶 역시 동등하게 조명한다. 작품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듯, 서사의 골격은 추노담이지만,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두 남매의 눈물겨운 우애임을 깨달을 수 있다. 노비들을 피해 집을 나와 산속으로 달아나는 장면을 보면, 겨우 부모 품을 벗어난 남자아이가 어린 여동생을 업고 추운 겨울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깊은 산을 방황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더욱이 금단이가 혼자 남아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오빠에게, ‘자신을 두고 도망가라’며 흐느끼는 대목에서는 울컥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 남매는 열 살 남짓한 나이에 죽을 고비를 넘기며 천지 사방으로 방황한다. 남주인공 박만득의 인생 노정을 살펴보면 ‘경주-김해 거제-평양 연광정-충주 탄금대-한양-거제-경주-과천-경주’로 나타나며, 박금단 또한 오빠와 경주에서 헤어진 후 몇 년 동안 방황하며 갖은 고초를 겪다 경기도 과천까지 가게 되는 기나긴 여정을 보여 준다. 이처럼 먼 길을 돌아 몇 번의 위기를 넘기면서도, 오빠와 여동생이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은 한결같이 절절하다. ≪박만득 박금단전≫에는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애틋한 가족 서사가 존재한다. 이는 이 작품이 백여 년의 시간을 건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지친 마음에 특별한 울림을 전해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박만득 박금단전≫은 낭독의 참맛을 알려 주는 고전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창작자는 낭독의 리듬감을 염두에 두고 문장을 집필하였다. 따라서 소리 내어 읽어 본다면, 마치 판소리 사설이나 잡가의 한 대목을 읽는 느낌이 들 것이다. 등장인물이 신세를 한탄하거나 박만득이 죽은 아내를 위해 제문을 읊는 부분에서는 그 운율감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특징은 독자로 하여금 읽는 맛과 함께 작품의 내용을 기억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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