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비틀고 뒤집어야 희열에 닿을 수 있는 이상성욕자. 삐딱하기만 했던, 그래서 차라리 죽고 싶었던 시헌이 리예를 만났다. 아니, 같이 살게 되었다. 어머니의 치매 간병인으로 리예가 들어온 것이다. “사람은 어때 보여요?” “아기씨 말씀이십니까?” “아기씨요?” “아, 사모님께서 계속 아기씨라고 부르셔서 저희들도 호칭을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유별난 호칭으로 어머니 약봉 여사와 사용인들의 마음을 모조리 사로잡은 여자. “시헌 씨가 궁금해요. 나요, 시헌 씨가 옆에 있으면 좋아요. 시헌 씨가 옆에 있으면 없던 힘도 생겨요.” 그리고 이제 시헌의 마음까지. “당신은…… 성녀야.” 마주 끌어안고, 상대의 심장박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애정’이 간절했던 시헌은 리예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았다. Missionary Position. 세상의 수많은 남녀의 ‘결합’ 방법, 그중에서도 날개를 펼치듯 온몸을 펼쳐 내 여자를 덮어 감싸고, 위에서 아래로 물을 쏟듯 애정을 쏟으며, 나만의 땅굴을 파내려가듯 몸속을 파고들어, 그 몸 안에 성실하게 고이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