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곱스카야 공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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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유리예비치 레르몬토프는 러시아인들이 푸시킨 다음으로 꼽을 정도로 깊이 사랑하는 시인들 중 한 사람이다. 레르몬토프의 중심 테마는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목적에 관한 존재론적인 문제, 부조리로 가득한 인간 세계에 대한 끝없는 회의와 달성할 수 없는 완벽·완전에 대한 영원한 갈망, 그리고 영원한 조화와 안식에 대한 희구였다. 레르몬토프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폭발적인 영혼의 에너지를 지녔지만 그 힘을 어디에 분출시킬지 몰라 타인과 맺는 관계 속에서 파괴적인 영향력만을 행사하다 허망하게 사라지고 마는 시대적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전달하고, 그 영혼이 느끼는 갈망과 우수를 때로는 맑고 때로는 통렬하기까지 한, 호소력 강한 시어에 담아냄으로써 깊은 공명을 자아낸다. 레르몬토프는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을 1836년에 집필하기 시작해 1837년 1월경에 중단했다. 레르몬토프 생전에 출판되지 못하고, 1882년 문예지 ≪러시아 소식≫에 처음으로 실렸다. 레르몬토프가 활발하게 작품을 쓰던 1830년대는 시의 장르가 차츰 쇠퇴하고 산문이 문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낭만주의 사조의 영향을 받아 역사소설들이 등장하고, 동시에 연애소설이 발달해 사교계 남녀들의 사랑다툼과 그 속에서 지켜야 할 덕목들을 교훈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은 바로 이 연애소설 장르에 속한다. 이 소설은 사교계에서 페초린이라는 주인공이 네구로바라는 여인을 이용해 사교계의 풍운아로 이름을 떨치고자 하는 음모와 그의 이루지 못한 사랑 베라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에 대한 애증, 크라신스키라는 잘생긴 공무원과의 삼각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레르몬토프가 끊임없이 사교계의 인물들과 세계를 하나의 전형으로서 보편화시켜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주인공 페초린이 네구로바를 유혹하는 것도 최초로 사교계에 등장한 신참이 세상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보편적 방식 중 하나로 해석되고, 네구로바의 삶 또한 사교계 아가씨가 노처녀가 되어 가는 보편적 과정으로 해석된다. 무도회의 인물들, 극장 앞의 인물들에 대한 캐리커처 또한 페테르부르크 사회 전체의 축소판으로써 다루어지고 있다. 즉 작가가 끊임없이 천착하는 부분은 객관성과 일반화였다.

한편 작품의 서술자는 이 지극히 낭만주의적인 인물들을 독자에게 제시하는 방법에 있어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서술자는 때로는 아주 제한적인 시점을 사용하다가도 완벽하게 전지적인 시점으로 돌아가서 서정적 일탈과 독자에게 말 걸기 등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예를 들면, 서술자인 ‘나’는 페초린이 안락의자에 앉아 얼굴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무도회 후의 심경을 자신에게 고백한 노처녀가 없어서 네구로바의 마음을 잘 알 수는 없다고 말하는 등 제한적인 관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듯 작품은 일관성 없는 시점 변화를 필두로 연애소설적 면모와 자연파적인 수법, 낭만주의적 수법과 리얼리즘적 수법 등이 혼용되다가 중단된다. 아직 미숙했던 레르몬토프는 그가 습득하고 실험한 다양한 수법들을 어떻게 일관되게 끌고 나가야 할지 그 방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어쨌든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형상을 객관적 관찰의 결과로써 구축하고자 하는 리얼리즘적 서술 기법을 러시아 문학사상 최초로 시도한 작품이라는 데 의의가 크다.

About the author

미하일 레르몬토프는 1814년 10월 3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마리야 미하일로브나 아르세니예바는 부유하고 명망 높은 가문의 후손이었고, 아버지 유리 레르몬토프는 퇴역 대위로 몰락한 귀족 가문의 후예였다. 레르몬토프의 외할머니 엘리자베타 알렉세예브나 아르세니예바는 외손자를 지극히 사랑했지만, 사위는 무척 싫어했고 이로 인해 가정불화가 있었다. 레르몬토프는 외할머니의 품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그는 응석받이로 자라 고집이 세고 신경질적이었다. 한편으론 몸이 약해 세 번에 걸쳐 캅카스로 요양을 갔다. 유년 시절에 가 본 캅카스는 그의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색적·문학적인 소년이 되어 갔던 것이다. 1828년, 레르몬토프는 모스크바 부속 귀족 기숙학교에 입학, 이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때 쓴 작품들은 주로 푸시킨을 모방한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장 유명한 서사시 ≪악마≫의 창작에 착수했다. 그는 이 작품에 전 생애를 바치게 된다. 1830년 레르몬토프는 모스크바 대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모스크바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의 지적·정신적·정치적 호기심들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고 그로 인해 학생들의 반발이 심했다. 레르몬토프는 이러한 학생들의 움직임에 적극 동조했다. 강의 도중 문제 있는 교수를 쫓아내거나 비판하는 행동에 나섰고, 종국에는 사실상 쫓겨나고 만다. 이어 그는 페테르부르크 대학 편입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근위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사관학교 시절은 고됐지만 그 와중에 생애 최초의 소설인 ≪바딤≫(미완성)을 썼다. 임관 후 사교계에 드나들기 시작하는데 사교계 상층부는 그를 두고 ‘불손하게도 근본을 알 수 없는 자가 사교계에 머리를 들이밀려고 한다’고 여겼다. 그는 사교계에서 관심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한 여인을 이용해 버리고는 외면하는 행각을 벌였다. 이런 일은 나중에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에서 소재로 사용된다. 그 후 반골 기질이 발휘되며 황실 및 권력층과 관련된 필화, 유배, 일부 인사들과의 원한 등이 반복됐다. 마침내 1841년, 사관학교 동기 마르티노프와의 반목이 폭발한다. 레르몬토프는 일찍이 마르티노프의 집안과 오해에 휩싸인 적이 있고, 거기에 레르몬토프는 마르티노프를 놀리고 다녔다. 일부 권력층이 마르티노프를 ‘충동질’했고 결국 둘 사이에는 결투가 벌어진다. 그해 7월 15일 결투가 성사됐고, 레르몬토프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마르티노프는 겨우 석 달 동안 투옥됐다가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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