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착하고 수줍은 김밥집 아가씨 승연. 친구인 꽃집 아가씨의 성화로 나간 소개팅 자리에 나타난 남자는, 바로 그녀가 한참 전부터 몰래 짝사랑해 온 수의사 민준수였다. 동물에게는 다정하지만 사람에게는 까칠하기만 한 이 남자. 승연은 애써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하지만, 왠지 준수는 그 날 이후로 자꾸만 김밥을 사러 오기 시작하는데... “그 마음, 접지 말고 조금만 더 그대로 있어 주면 안 되겠습니까?” 봄을 닮은 핑크빛 사랑고백, 플리즈 비 마인. (발췌글) “제 감정이 선생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그 점은 사과드려요.” 등 뒤에서 불쑥 말하자 문을 잠그고 있던 준수가 흠칫 놀라며 돌아보았다. “하지만 저는 고백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불편하게 해 드릴 생각도, 부담스럽게 할 생각도 없었어요. 제 잘못이라면 그저 마음을 들킨 것뿐인데,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선생님께 비난당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준수를 똑바로 쳐다보며, 승연은 숨도 쉬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 중간에 쉬었다가는 자칫 말문이 막혀버릴 것 같아서. “……사람을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갑자기 눈시울이 뜨끈하면서 말끝이 크게 흔들려 버렸다. 맙소사, 여기서 눈물을 흘리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쓰러져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 승연은 황급히 자신을 채찍질했다. “……?” 민준수는 팔짱을 끼고 미간을 조금 찌푸린 채 승연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승연은 다시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선생님을 좋아했던 마음, 깨끗하게 모두 접겠습니다. 그러니까 더는 기분 나빠 하시지 않아도 돼요. 없었던 일로 생각하시고 잊어 주세요.” “……!” 순간 준수의 눈이 커다래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