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안내서
취미로 그림을 배우는 사람이 늘면서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미술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시사만화 「장도리」의 작가 박순찬이 때마침 시의적절하게 그림 그리기 입문서로 돌아왔다. 특히 이 책은 그림 그리기에 호기심은 있지만 선뜻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이나 그림에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그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흔히 그림을 그리는 일은 미술적 재능을 타고난 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냥도리의 그림 수업』은 미술에 관심이나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재능이 부족하다고 여겨서 포기했던 이들에게는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이 없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까지, 그야말로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니 과연 ‘어떻게’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보통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 주는 책은 대부분 스킬에 치중한다. 물론 스킬 또한 그림 실력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그림에 다가간다. 스킬보다는 그림의 원리와 사물을 관찰하는 방법을 공들여 설명하는 것에 더 집중한다. 박순찬 작가는 27년간 수많은 인물의 캐리커처를 그리면서 그림의 역할과 의미를 고민해 왔다. 이 책은 바로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스킬이 아닌 원리와 기본을 알려 주는 그림 수업
『냥도리의 그림 수업』에서는 호기심 많은 길고양이 냥도리와 그의 인간 친구 리리가 그림선생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는 내용이 만화 형식으로 전개된다. 마치 작가의 분신처럼 그림에 관한 신념과 그림 그리는 방법 등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그림선생의 역할이다. 냥도리와 리리는 그림을 배우는 학생의 위치에서 독자들의 고민과 어려움 등을 대변한다.
그림선생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먼저 그림과 친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림과 친해지는 방법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그림 수업이 진행된다. 그림선생은 그림과 친해지려면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마치 친구를 사귀는 일과 같다. 그림 또한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다 보면 그리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서 점점 친해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책에서는 치킨, 짜장면, 간판, 운동화 등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예로 들면서 누구나 알기 쉽게 관찰의 방법을 설명한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냥도리와 리리는 직접 그림을 그리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림선생은 둘의 그림에서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설명하면서 관찰이 어떻게 하나의 그림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려 준다.
냥도리와 함께 열심히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물의 형상과 특징 등을 파악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그림 실력을 키우면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캐리커처에 대해 이해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에 도달할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기를 수 있는 책
『냥도리의 그림 수업』은 그림에 관심이 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뿐만 아니라 그림에 관심이 없는 이들 또한 그림에 입문할 수 있게 안내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관심이 없는 사람까지 굳이 그림을 그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외국어나 수학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런데 미술은 필수가 아닌,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취미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순찬 작가는 그림 그리기는 말을 하는 것,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소통의 방법이자 세상을 보는 시각을 키워 나가는 행위라고 말한다. 말이나 글처럼 그림 또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결국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는 일은 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야를 기르는 일이다.
Arachne Publishing Company
차례
머리말 즐거운 그림의 세계로
캐릭터 소개
1 그림을 시작해 보자
2 그림과 친해지자
3 관찰은 그림의 시작
4 관찰은 언제 어디서나
5 능동적으로 관찰하라
6 관찰하는 재미
7 관찰의 방법
8 관찰을 막는 것
9 개념과 실체
10 관찰의 힘을 기르려면
11 그리고 싶은 마음 키우기
12 관찰의 대상
13 이미지만 받아들여라
14 낯설게 보기
15 연상법
16 가상으로 그리기
17 사물의 특징
18 얼굴을 그린다는 것
19 인물의 특징
20 전체에서 부분으로
21 캐릭터 창조의 원리
부록 그림 도구들을 알아보자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대학에서 천문학과 건축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 만화 동아리 ‘만화사랑’에서 걸개그림과 각종 유인물 작업을 하면서 사회 현실을 다루는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95년부터 『경향신문』에 시사만화 「장도리」를 26년간 연재했습니다.
한국의 시대상을 압축해서 표현하는 파노라마 시대화 작업을 이어 오며 개인전과 단체전에 다수의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나는 99%다>와 <5·16공화국>이 광주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공저), <장도리의 대한민국 현재사> 시리즈, 『삽질공화국에 장도리를 날려라』, 『만화 박정희』(공저) 등이 있으며 2013년 『나는 99%다』로 ‘부천만화대상 우수 만화상’을 수상했습니다.
2021년에는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한국 최초의 만화가 이도영의 삶을 조명한 웹툰 「환쟁」을 연재했습니다.
냥도리는 여행하다가 만난 길고양이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한 캐릭터입니다. SNS에서 활동하던 냥도리가 이제는 어엿한 주인공으로 책에 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