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시의 화자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녀"의 모습으로 어른과 아이 사이를 넘나들기도 하고, "이방인"의 자세로 이곳과 저곳 사이를 넘나들기도 한다. 이 넘나듦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소리들은 노래로 다시 돌아온다. 다름이라는 경계가 지워지고 대상들의 자리가 뒤섞이는 미묘한 지점을 향해 가겠다는 것, 그리하여 외면된 것들을 듣는 귀와 외면된 것들이 말하는 입을 모두 담아내는 몸이 되겠다는 것. 이것이 이방의 소녀가 하늘과 땅 사이의 공중을 뛰어다니며 부르는 시의 노래이다.
197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11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