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의 작가 구병모의 신작 장편소설. 『방주로 오세요』는 시스템과 인간의 차이, 그 결정적 버그에 대한 거대한 은유인 동시에, 현실에 대한 정확한 가정법이다.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가, 그리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어딴 모습을 띠는가. 작가는 연쇄 폭발하듯 터지는 질문들에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건 작가의 몫이 아니다. 작가는 그저 현실의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누군지 발견하도록 만든다. 작가와 작품은 이 커다란, 마치 폭탄과 같은 화두를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싣고 질주할 뿐이다. 이 책을 청소년들이 반드시 일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석이 떨어진 위기 속 살아남은 지구. 지구의 권력자들은 이 일을 계기로 '방주 프로젝트'라는 미래 도시 설계-시공에 나선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방주시bangju-city는 돔으로 둘러싸인 밀폐형 도시다. 모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이곳에 서민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시험을 통해 임시직을 얻는 방법과 방주고bangju high school에 입학하여 신분상승을 꾀하는 방법, 이 둘뿐이다. 쌍둥이인 마노와 루비는 어려운 시험을 거쳐 방주고에 입학한다. 이들은 어렸을 적 이곳에 놀러온 적이 있다. 그리고 동생인 마노는 우연한 계기로 만난 여학생을 찾고 싶어 한다. 그녀는 마노의 첫사랑이다. 하지만, 갓 입학한 마노는 학생회장 일락의 마수에 걸리게 되고, 쌍둥이 누나 루비의 안전을 위해 일락의 스파이 노릇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가 감시해야 하는 단체, 프로네시스는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2학년 시온과 그의 친구 안지, 1학년 달리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로 방주시의 횡포를 고발하고 이를 위해 방주고등학교를 폭파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의 계획에 동참하게 된 마노 그리고 마노를 따라 들어온 루비. 하지만 마노와 루비는 프로네시스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 게다가 늘 이들을 믿지 않고, 딴죽만 거는 달리와는 그저 불편할 뿐이다. 폭파 계획이 한창 진행되는 어느 날, 마노는 그토록 찾아헤매던 자신의 첫사랑을 찾게 되고, 사태는 점점 어려운 방향으로 치닫게 되는데. 과연 학교는 폭파될 것인가. 마노는 첫사랑과 자신의 꿈을 모두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