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네는 구석진 곳에서 크레타군 장교의 제복을 갖춰 입은 바이젠을 발견했다.
크레타국의 유능한 육군 장교인 그는 이번 아르멘국의 침공을 막아내기 위한 비상소집령을 받았다.
“지금 당장 떠나는 거야?”
“응, 우리 부대는 내일 새벽에 국경으로 이동할 거야.”
“신께 매일 기도할 거야. 네가 죽지 않도록.”
***
“어째서…… 네가 황제가 된 거야?”
크레포스에서부터 끌려오는 내내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아니지. 다시 여쭙겠습니다. 크레타의 장교로 알고 있었는데, 어찌하여 아르멘의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까?”
***
“끝내 당신에게 주지 않았던 순결, 그거 대신관에게 던져주고 신전 창기가 되어서라도 살아야지. 살아서…….”
참았던 눈물이 뺨을 긁으며 흘러내렸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날 가져도 당신만은 날 갖지 못한다는 걸, 보여줄 거야.”
“…….”
“날 이렇게까지 만들었으니, 내가 이 더러운 곳에서 얼마나 천하고 추하게 잘 사는지 보여줄 거야. 당신도 그런 걸 보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한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