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삼촌의 약점을 잡을 수 있는 수단인 줄 알았다.
그저 그런 호기심, 흥밋거리인 줄 알았다.
“아저씨가 부탁한 거야? 학교에서 나 좀 돌보라고?”
“설마. 소름 돋는 소리 하지 마요.”
“그럼 왜. 불쌍해서?”
“선배랑 있으니까 재밌어요.”
그런데 계속 눈이 가고, 신경이 쓰이고, 챙겨 주고 싶다.
그녀를 알고 싶고,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
“내가 선배 자는 동안 생각을 좀 많이 해 봤는데요.
아무래도 나는 선배가 좋은 거 같아요.”
스무 세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짧았던 반년.
인생을 뒤흔들 정도로 깊게 관여했던 사건.
그리고 참 많이 좋아했던 여자.
가족이 갖고 싶어 삼촌의 아기를 지키려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되어 주고 싶은 그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평화로운 주말 오전, 최상의 기분으로 인스턴트 음식을 데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