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의 얼굴에서 천천히 웃음기가 지워진다.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금병매’야 얼마든지 구해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강의 몸이 갑자기 그녀에게로 기울었다. 깜짝 놀란 희완은 얼른 몸을 비켰다. “앞으로는 ‘음사’가 궁금하니 어떠니, 들쑤시고 다니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어깨가 잡혔다. 얼굴이 가까웠다. 갓이 푹 씌워진다. 너무 깊게 눌러 씌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 이강이 마당으로 난 여닫이문을 열었다. “엿새 뒤에 다시 오십시오. 그때까지 구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까지 조신하게 있으세요.” 얼굴이 확 달았다. 이게 바로 웃는 얼굴로 뺨 때리는 거구나. 희완은 비틀비틀 일어서서 고개를 깊이 숙였다. 어지럽다. 뒷목도 당기는 것 같고……. 희완은 문지방을 넘다가 넘어질 뻔했다.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