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운명

·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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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 : 우리 이렇게 인연이 닿은 거, 운명일 수 있잖아요?

[익명1] : 그런 것도 믿고. 2번 님 은근히 낭만적이다.


1번과 2번으로 만났던 온라인상의 인연.

2년 동안 이어져 왔던 인연이 예기치 못하게 끝나고, 두 사람은 5년 후 1번과 2번이 아닌 강혜주와 윤서준으로 한국에서 재회했다.


***


“정거장까지라며.”


손잡는 거. 불을 잡은 것처럼 남자의 손이 뜨거웠다. 서준이 옅은 웃음을 흘리며 낮게 속삭였다.


“마음이 바뀌었어. 버스 올 때까지만.”

“버스 오면?”

“집에 갈 때까지.”

“집에 도착하면?”

“내일 아침까지.”


아침이란 말에 퍼뜩 정신이 든 혜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뭐어? 외박하겠다고?”

“허락만 해 주면.”

“장난이 지나치잖아.”

“진심이면 받아 주고?”


서준이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섯 살 어린 남자와 친구인 이상한 관계가 곡예를 타듯 아슬아슬했다.


“나는 언제라도 친구라는 선, 넘어 버릴 수 있어.”


얽혀 있던 손가락이 스르르 풀렸다. 대신 서준의 양손이 뜨겁게 달아오른 혜주의 얼굴을 감쌌다. 심장이 아주 천천히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니까 계속 친구로 남고 싶으면, 피해.”


열아홉 소년이 성큼성큼 쉬지 않고 걸었다. 스물셋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강혜주를 만났다.

더운 여름, 사랑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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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 författaren

저자 - 송민선


‘알래스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

천천히 글을 쓰면서 한 뼘씩 성장하고 싶어함.

https://blog.naver.com/dnwnajswltka


〈출간작〉


커밍. 눈을 맞추고. 너만 보였어. 닥터 매리지. 더 뜨겁게. 비하인드. 터닝. 연애 한 번. 내 사랑 울보. 704호의 그 남자. 레몬 달빛 속을 걷다. 차가운 사랑. 연애 친구. 지금은 고백 중. 그 밤의 열기. 솔직하게 말해서. 애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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