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부터 함께 지낼 새 친구, 윤상하예요.”
열둘, 우리는 보육원에서 만났다.
윤상하는 꾀죄죄한 얼굴을 한 애들과는 달랐다.
표정이랄 것이 거의 없는 그 애를 나는 자주 훔쳐보곤 했다.
왜일까. 그 애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뿌리부터 썩고 뒤틀린 인간이다.
***
“너 걔랑 잤어?”
“누가 그래.”
“……걔 거 빨아 줬어?”
“…….”
“대답해.”
열여덟, 다시 만난 네가 내게 윽박질렀다.
우리는 서로를 씩씩대며 노려보았다가, 소리를 질렀다가, 서로를 모르는 체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어 대는 것을 감히 사랑이라 속단할 수는 없었다.
결단코 그런 사치스러운 감정이 용납되지 않았기에.
***
“돈 좀 빌려줄래?”
“갚는 건 필요 없어. 몸으로 때워. 내가 원할 때, 언제든.”
그리고 스물일곱,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휘몰아친 사건들이 침전되고 난 자리에 남은 것은 적개심뿐이었다.
어디까지 무너져 내려야만 내 침몰은 끝이 날까.
뒤엉킨 감정은 잘라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너랑 나는 절대로 안 끝나. 절대 못 끝나, 적어도 내가 그만둘 때까지는.”
술래와 승자가 정해진 이 숨바꼭질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zz_a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