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나 안아 보고 싶지 않아?” “......뭐?” “내가 하루에 받는 고백 편지가 몇 통인 줄 알아?” 질투심 유발도 통하지 않는 목석같은 남자, 정이수를 N년째 짝사랑 중인 서은서. 그가 조모의 고용인 정명운 씨의 아들이라는 건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늘도 한심한 애물단지를 보는 것 같은 눈빛도, 고백을 하든 말든 무반응인 것도 똑같지만, 은서는 지치지 않는다. “오빤, 야구 말고 축구를 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철벽 방어로 완전 성공했을 텐데.” 그러나 한 우물만 판 이수는 야구 선수로서 큰 두각을 드러내고 미국 구단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자주 못 볼 거야. 그래도 기다려.” 어느덧 그의 마음도 은서를 향하는 듯한데.... 평생 이수와 행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하게 벌어진 그날 그 사고로 인해 두 사람은 멀어지게 된다. *** 유기견처럼 공항을 배회하던 은서의 눈동자가 침잠했다. 메이저 리거가 되어 돌아온 오랜 첫사랑, 이수의 곁엔 약혼녀가 있었다. 그를 좋아하는 게 가슴에 돌무덤을 쌓는 짓인 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 은서는 이내 미소를 머금은 채 몸을 돌렸다. “이번 생은 이렇게 마감하지 뭐. 짝사랑 원 없이 해 본 거로.” 외사랑의 장점은 시작도 종료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다짐했건만, 왜 자꾸만 그와 마주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