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심리 묘사와 개성 있는 문체로 기존의 전통적인 소설쓰기를 거부하며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해온, 그리하여 한국 현대문학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 작가 배수아. 『북쪽 거실』은 배수아가 2008년 가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총 4회에 걸쳐 계간 『문학과사회』에 연재한 장편이다. 문단 나누기를 거의 하지 않아 지면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밀도 높은 문장들의 밀림 속으로 ‘서사’는 실종되고, 꿈이나 환각처럼 혼돈스럽고 모호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시간 역시 연대기적이고 인과적인 진행을 무시한 채 와해된다. 공간과 시점도 종잡을 수 없다. 때로는 극사실적으로, 때로는 세부적인 부분을 많이 생략한 채로 묘사되는 풍경들은 현실인지 꿈인지, 안인지 밖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기만 하고, 서술자는 일인칭에서 삼인칭, 때론 전지적으로까지 별다른 안내나 표식 없이 둔갑한다. 또한 낯선 비유와 표현들도 독자로 하여금 이완 없는 긴장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괴롭힌다. 외국어처럼 긴 관형절을 여럿 거느리고, 사유에 따라 술어를 바꾸고 중문에 복문을 더해 복잡하게 길어진 문장 구조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모호한 서사와 낯선 비유와 시공의 뒤틀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보면 마치 꿈속인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느낌이 아니다. 독자들이 길을 잃고 서 있는 그곳은 진짜 꿈속이니 말이다. ‘알고 보니 모든 것이 꿈이었다’라는 식의 결말을 짓는 허탈한 이야기가 아닌, ‘꿈’ 그 자체. 그러니 줄거리가 없이 모호하고, 시간과 공간, 시점이 엉키고, 낯선 비유와 표현이 그 안에서 반짝이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북쪽 거실』에서 배수아는 바로 꿈 자체를 담아내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