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강준 씨!” 그제야 걸음을 멈춘 강준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상기되고 창백한 얼굴의 여자는 조금 전 언덕에서 마주쳤던 여자였다. 짧은 단발머리, 작고 하얀 얼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동그란 눈이 붉게 충혈되어 그를 불러 세웠다. “왜 그래요?” 이현의 목소리가 잠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연인으로서, 남자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무슨 일입니까?” 건조하고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의 그가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이현을 보고 있었다. 뜨겁게 사랑했던 남편, 최강준. 그러나 백 여사와의 불화로 점차 자신을 잃어가던 이현은 어느 날, 경비행기를 타던 그가 실종되며 사랑하던 강준을 잃는다. 그가 죽은 줄만 알고 병을 얻어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던 그녀에게 시간이 흘러 뜻밖의 소식이 전해져 오는데……! 자신을 간절히 원했던 눈동자도, 낮은 목소리도 그대로인데……. 단 하나, 그녀를 사랑했던 기억은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