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이이익!
최대한 급정거를 해 보려 했지만 차는 이미 그녀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급기야 도로를 벗어나 비탈길을 구르기 시작했다.
쿠쿵! 쿵! 쾅! 쿠쿵! 쾅! 콰쾅!
“악!”
비명을 지르며 운전대를 꽉 붙잡았다. 그러나 차가 뒤집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쳤는지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그녀의 머리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뒤집어진 차에서는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더 거세진 빗소리에 묻혀 주변은 고요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 그림자 같은 형상이 자동차 주변에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너무 빨라 사람의 시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잠시 후 그림자는 운전석 쪽에 도착하자 신형을 멈췄다. 쏟아지는 빗속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그 형체는 분명 인간의 형상이었다. 그는 찌그러진 운전석을 잡더니 덥석 손으로 뜯어냈다.
콰악! 쿵!
도저히 사람으로 볼 수 없는 괴력이었다. 한 손으로 잡아채듯이 쉽게 찢어 낸 문짝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 그는 안쪽을 살피더니 기절한 사라를 끌어내 품에 안았다.
***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해서 학교생활을 즐기던 사라는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집으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때, 낯선 남자가 나타나 사라를 구해 준다. 그의 이름은 에릭. 에릭은 그 순간부터 한시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사라를 지킨다.
알고 보니 에릭은 천 년을 넘게 살아온 뱀파이어였다. 그것도 모자라 에릭은 사라에게 ‘뱀파이어 퀸’이 될 영혼의 소유자라며 모두가 그녀를 노리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말까지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사라와 에릭은 도망자로 전락하고 만다. 과연 사라는 계속 인간으로 남아 뱀파이어 퀸의 저주를 풀 수 있을까?
핏빛 운명을 타고난 여자 《블러디 퀸》
김수미
76년 서울 태생.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후 대치동 전문 학원 강사 생활 15년.
드디어 즐거운 자신만의 판타지를 꿈꾸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