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인 건협의 비서로 일하게 되었지만, 냉정한 분위기를 풍기는 상사를 대하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탁을 받고 건협의 집에 방문한 이련은 정원에서 익숙한 듯 낯선 남자 임도와 조우한다.
“정말 예뻐요, 당신.”
건협과 쌍둥이처럼 똑 닮은, 하지만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임도.
임도의 따스함이 이련에게 스며들었을 무렵, 건협 역시 그녀를 향해 손을 뻗기 시작한다.
“내게 키스해. 안 그러면 내가 지금 네 입에 뭘 쑤셔 박을지 모르니까.”
같은 얼굴, 다른 분위기로 다가오는 두 남자 사이에 선 이련,
지독한 올가미에 걸린 사슴처럼 그녀의 마음 또한 불안하게 요동치는데….
《사내 올가미》
* * *
“벗어.”
“뭐…라고요…?”
“벗고, 다리 벌려. 네가 아주 잘 빤 덕에 지금 박아야겠으니까.”
“그게 무슨….”
그녀의 거부에 그의 눈빛이 거칠어졌다.
“싫으면 지금이라도 그 새끼한테 가. 가서 보지 벌려.”
막말하는 그에게 이련은 잠깐 대들었다.
“당신을 선택했다고 말했잖아요. 그리고 말 함부로 하지 말아요. 아무리 내가 당신을 선택했다고 해도….”
“씨발, 당장 보지 구멍 까발리기 싫으면 꺼지라고! 내가 말했지? 넌 내 거라고. 내 게 된다는 게 무슨 소린지 아직도 모르겠어? 더 자세히 가르쳐 줄까?”
그가 단숨에 책상 위 물건을 쓸어버렸다. 그러곤 이련을 끌어와 진열품처럼 책상 위에 눕혔다. 치마를 찢곤 다리를 벌려 그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꺄악, 이, 이게 뭐 하는…!”
이련을 깔아뭉개고 내려다보는 남자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치 이대로 누군가를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눈빛이었다.
“까, 말아.”
지극히 낮은 저음. 그건 이련이 건협을 처음 각인한 목소리와 같았다. 이련은 흔들렸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자신을 짓밟으려는 걸까. 자신의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닐까.
“날 가지면… 당신 기분이 좋아지나요?”
“아니, 네가 울어야 기분이 좋아지지.”
그녀의 눈가로 이미 한 방울의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그의 흑막 같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이지러졌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