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편이 넘는 희극을 발표한 마리보의 작품 목록에서 <사랑과 우연의 유희>는 명실상부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의 분량으로 따지면 <이중의 변심>에 미치지 못하지만 <사랑과 우연의 유희>는 1730년 이탈리아 극단에서의 초연 이후 프랑스 국립극장에서만 1400회 넘게 공연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작품 활동을 한 시기나 프랑스 연극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해도, 마리보에 앞서는 몰리에르의 경우 대표작 한 편을 선택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과 달리, <사랑과 우연의 유희>는 작가의 극작법과 주제를 거의 압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 구별된다. <논쟁>은 마리보 희극의 최대 주제인 사랑의 불충실함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에글레를 비롯한 네 명의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사랑과 변심으로의 전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바로크 미학의 정서와 유사하다. 자신이 정복한 여성에게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모험에 나서는 동 쥐앙의 욕망처럼, <논쟁>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은 새로운 이성의 출현 자체에 커다란 의미를 두면서 기존에 맺은 인연에서 벗어나려는 심리를 표출한다. 새로운 꿀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벌들의 행태처럼 <논쟁>에 등장하는 젊은이들 역시 미지의 연인에 대한 욕망을 분출하면서 현재의 사랑을 과거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