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선생님 이시혁의 책상 위에, 연둣빛 연서를 올려놓던 고등학생 가희 사제지간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가희, 대학교 교단에서 시혁과 재회하는데…… “어둠을 빌어 청해요. 선생님, 이 밤. 이 밤 하루만 저에게 주실 순 없나요? 오늘…… 제 생일이었어요. 축복 받은 탄생은 아니었지만, 스물 하고도 여섯 해를 더한 오늘, 저, 최고의 선물을 받고 싶어요.” “가희야.” “애원해야 하나요? 8년의 기다림도 모자라 애원까지 해야 되나요? 알아요. 제가 지금 얼마나 엄청난 죄를 짓는지. 아는데……, 알면서도 전 이렇게 선생님을 잡아요. 잡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만 내가 살 것 같아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발, 제발요!” 등 뒤로 가희의 뜨거운 눈물이 느껴졌다. 그 뜨거움이 얇은 천을 뚫고 그의 살을 태웠다. 망설임은 순간이었고, 몸을 돌려 당겨 안은 가희는 그의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