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읽기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과 현대적 번역
한글세대를 위한 우리 시대의 ‘동문선’
우리 고전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안대회, 이종묵, 정민 등의 중견 학자를 비롯해 이현일, 이홍식, 장유승 등의 신진 학자들이 참여한 선집이다. 선인들의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 지혜가 스민 우리나라의 고전 한문 명문 중 현대인에게도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감동을 주는 글들을 가려 뽑아 현대어로 옮기고 풀이했다. 한 권당 일곱 편씩 번역문과 해설, 원문을 함께 실어 구성했으며 매달 세 권씩 전자책으로 출간된다.
이 책에서는 14권에 이어 조선 후기 문인들이 자신이나 벗들의 집과 정원을 묘사한 글들을 소개한다. 먼저 홍양호의 「진고개 신(神)과의 문답」은 14권에 실린 「진고개 우리 집」의 후속편이다. 진고개의 진흙 신이 자신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글을 풀어냈다. 표제작인 서유구의 「파초 잎 빗소리 들리는 집」은 자신의 외사촌 동생인 박시수의 당호를 보고 자신의 젊은 날을 추억하며 지은 글이다. 파초를 매개로 벼루와 서재가 얽히고 자신과 동생이 인연을 맺은 일을 기록하여 섬세하고도 시취가 충만하다. 그 밖에 아름다운 화원이나 도심 속 쉼터가 된 정자와 연못에 대한 글과 세상의 풍파를 겪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유배지의 불편한 거처나 강풍이 몰아치는 집에서의 야인 생활을 그려낸 글 등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