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달리다 [4화]

· 디딤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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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상〉
어쩌면 그녀가 잊으려고 하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자기 자신일지도 몰랐다. 사랑이라는 건 원래 그렇게 이기적인 이유를 수반했다. 사랑은 행복하지만 반드시 아파야만 한다. 아 픈만큼 그렇게 행복해질 수는 없지만, 행복한 만큼 그렇게 아파야만 한다. 그와 함께했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라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한 수진이었으니까.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사랑. 그리고 하늘이 허락해 줄 수 없는 사랑. 어쩌면 평생 다신 없을지도 모르는 사랑. 안녕……. 분명히 알게 된 거야. 아니면 이렇게 갑자기 보내려고 할 리가 없어. 그게 아니라면 보낼 이유가 없어. 받아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사랑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서은재는 이수진의 마음을 알게 된 거야. 그래서 떠나야 하는 거야. 추악한 마음을 숨긴 채 더 이상 그의 곁에 있을 수 없는 거야. 서은재가 알아버렸고, 자신은 미국으로 떠나야 하고. 서은재는 결혼을 할 거고, 자신은 그걸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죽음이나 이별이 슬픈 까닭은 우리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야. 잘해주든, 못해주든, 떠나 버린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 그 때문에 우리는 슬픈 거야…….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글이 떠오르자 수진은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은 채로 울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은재는 수진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밥을 해줄 수도 와이셔츠를 다려주고 넥타이를 매줄 수도 없었다. 함께 마주보며 웃는 일은 이제 정말 불가능할 것이다. 문 밖에서 문에 기대어 서 있는 은재도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어금니를 악다물었다. 입을 틀어막고 숨을 죽인 채 애써 눈물을 삼키려 노력하는 은재도 그녀만큼이나 아프게 울었다. 서준혜의 로맨스 장편 소설 『하늘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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