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각, 아무도 없는 사무실.
나연은 짝사랑 상대인 민수의 빈자리를 향해 눈을 꼭 감고 고백을 한다.
홀가분한 얼굴로 느릿하게 눈을 떴다. 그러다 무심코 앞을 본 나연은 그대로 뻣뻣하게 굳었다.
파티션 너머에 사람이 서 있었다.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서 기절할 것 같은데, 그 상대가 누군지 알고 나니 현실감까지 없어졌다.
위압적으로 느껴질 만큼 큰 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서늘한 눈빛, 꽉 다물린 일자 입술, 압도적인 분위기. 밤이 되었는데도 아침과 조금도 달라진 바가 없는 말끔한 모습.
신지한 팀장이었다.
“그러죠.”
“…네?”
“연애하자면서요.”
서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