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시린 유혹 외전

· 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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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이 특별한 의미인가?” 시아는 그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에 빠졌다. 태혁은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한다. 특별하지 않다고 한다면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가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작년 첫 결혼기념일 때처럼 흐지부지하게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젠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조금은 내보여도 되지 않을까. 시아는 고민 끝에 입술을 들썩였다. “저한테는, 특별해요.” 떨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너무 부끄러워 그를 떳떳하게 바라보지 못했다. 시아는 말을 내뱉고 고개를 푹 숙였다. 투명한 유리컵에 물을 따르고 있는 태혁의 시선이 느껴진다. 유리컵을 입에다가 가져다 대며 물을 목구멍으로 삼킬 때마다 태혁의 툭 튀어나온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탁, 컵을 식탁에 내려놓은 태혁이 넥타이를 끄르며 가만히 서 있는 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래, 그럼 그 특별한 날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그가 손을 들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턱 끝을 붙잡아 끌어 올렸다. 서로의 시선이 뒤엉키면서 얽혔다. “같이 어울려주지.” 시아가 말을 하려고 입술을 떼려는 찰나, 입술 사이가 벌어진 틈을 파고 들어간 그는 그녀를 집어삼켰다. 결혼식장에서 가볍게 입술을 맞댔던 거와는 전혀 다른 입맞춤이었다. 시아는 눈을 감지도 못한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을 감고 있던 태혁이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풀린 눈을 뜨며 입술을 뗐다. 거칠게 머리를 쓸어넘긴 태혁의 낮게 깔린 음성이 시아의 귓가에 박혔다. “여기서는 안을 수 없으니까 침실로 가서 마저 해줄게.” 그가 그녀를 순식간에 들어 안아 올렸다. 시아는 오늘이 결혼기념일이 아니라 로또 맞은 날은 아닌지 헷갈렸다. 그녀를 안은 채 침실로 들어간 태혁이 시아를 침대에 내려놓자마자 위에 올라타 다급하게 그녀의 입술을 찾아 집어삼켰다. 시아는 부디 이게 꿈이 아니기를 바랐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가며 눈이 감겼다. 첫날밤에도 안지 않았던 그가 결혼기념일이 돼 서야 저를 안는다. 그가 술에 취해 안은 밤에, 운명의 수레바퀴가 움직였다. *** 시아는 손에 쥐고 있는 스틱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또렷하게 그어진 두 줄에 머물렀다.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걸 애써 목구멍으로 삼켜냈다. 매달 정확한 날짜에 하던 게 하지 않아 의아해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약국에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샀다. 아직 딱히 몸에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 의식하지 못했는데. “말도 안 돼.” 시아는 울음이 터져 나올 거 같은 걸 꾹 참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선명한 두 줄. 임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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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루가 너무 길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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